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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한 매장, 왜 다시 팔고 재임대하나요?

  • 이랜드, 인수한 까르푸 매장 10개 팔기로 6100억원에 매각후 재임대

    이랜드 관계자는 “인수했던 매장 중 10개 매장의 부동산을 (중략) 매각할 예정”이라면서 “매각 후 다시 임대하는 방식인 ‘세일즈 앤 리스백’ 형식으로 부동산만 매각할 뿐 할인점 ‘홈에버’의 운영은 이랜드가 계속할 것” 이라고 말했다. (중략) “이번 매각은 까르푸 인수 당시부터 계획된 것으로 갑자기 자금 사정이 나빠져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중략) 인수로 인한 은행권 부채 80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먼저 갚고 회사 등급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기사 중 일부 발췌)

    신혼부부가 저축하는 가장 큰 목적이 내 집 마련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 있으시죠? 전세나 월세로 살다가 아끼고 아껴 저축한 돈으로 내 집을 마련했을 때의 기분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죠. 그런데 이번 기사는 이와는 반대 경우네요. 자기 집을 팔고, 다시 그 집에 월세를 사는 격이지요. 돈이 궁해서 할 수 없이 그랬다면 이해가 가지만 기사에 나온 이 기업은 자금사정이 나빠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거래를 하려 할까요? 이번 주에는 이러한 거래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자금사정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왜 매장을 팔까요?

    기사 속 기업은 할인점을 운영하여 수익을 내려는 업체입니다. 매장을 늘려 경쟁력을 높이려고 할인점을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므로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으로 매장을 빌려 쓸 수만 있다면 매장을 직접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적겠죠. 기사에 나와 있듯이 할인점을 인수하느라 늘어난 빚을 매장을 판 돈으로 갚아서 경영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에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부동산은 누가 사는 것일까요? 이것을 사려는 사람들은 일단 부동산을 직접 사용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겠죠.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과 함께 혹시 있을 수 있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일 겁니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 통상 매매금액이 크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기보다는 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돈을 모아 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부동산을 실질적으로는 다수의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판 기업이 부동산을 판 뒤에도 계속 건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이처럼 부동산을 팔아 현금자산을 확보하려는 쪽과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는 쪽이 만나 부동산을 매매한 후 도로 빌려 주는 계약을 맺는다면 양쪽 모두가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되겠지요. 기사 속의 ‘세일 앤 리스백’은 이런 거래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최근엔 이름 있는 대기업도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재산이자 상징물로 인식되던 사옥을 매각한 후 그 건물에 세 들어 살기도 한답니다.

  • 자산유동화는 어떤 건가요?

    ‘세일 앤 리스백’의 경우와 같이 기업들이 보유자산의 소유권과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넘기는 대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보다 일반적인 용어로는 ‘자산을 유동화했다’라고 합니다. 자산유동화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꾸는 것인데요. 여기서 유동성이란 큰 손해 없이 빠른 시일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은행예금이나 국채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인 반면, 헐값에 내놓지 않으면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건물, 토지 등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이 되겠지요. 이런 자산유동화에는 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임대해 쓴다면 현금을 확보한 대신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앞의 기업처럼 대출상환을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경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또한 자산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여 전체 자산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기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답니다. 이래저래 기업과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면서 자산유동화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생각되네요.  〈조선일보 12월 22일자 B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