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

차세대 한류 비보이 … 술·담배 NO … '목숨 걸고' 춘다


[중앙일보 정형모.최민우.김성룡] 예전 중.고등학교에서 인기짱은 록밴드였다. 2006년도엔 비보이가 학교를 장악했다. 책상 한번 치우고서 몸 한번 굴려주면 게임 끝난다. 중국.대만.일본의 내로라하는 춤꾼들도 한국으로 건너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가량 한 수 배워간다. 비보이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 초일류 국가다.

#군대에서도 비보이

11일 서울 잠실의 지하 연습실. 요즘 한참 주가 높은 비보이 'T.I.P' 멤버 10여명이 모여 바닥을 훑고,구르고, 휘젓고 있었다. "당장 대회가 있진 않다. 늘 하루 서너시간은 연습해야 감각이 무뎌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팀 리더 김지헌(22)씨는 고교 중퇴의 학력이다. "춤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학교 다니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해 준단다. 일정한 수입을 올리면서 프로 의식도 갖게 되었다. "술.담배는 아무도 안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이 바닥 정말 치열하다. 조금만 한눈 팔면 바로 도태된다"고 전했다. 그는 13일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열리는 일대일 토너먼트 형식의 '몬스터 배틀 2006'에 출전할 예정이라 더 긴장한 눈치였다.

다른 멤버 하휘동(28)씨. 이미 다섯편 넘는 TV 광고를 찍을 만큼 이 분야 스타로 꼽힌다. 그는 "길거리에서든, 시장 바닥이든 비보이는 어디서도 출 수 있어야 한다. 춤 없이는 못 견디는 본능 때문이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비보이 정신을 잃은 후배가 적지 않다. 비보이를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사람도 거슬린다"고 덧붙인다.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 가운데 비보이에 대한 외부의 러브콜은 끊임없다. 케이블 채널 m-net은 11일부터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 비보이를 추모하는 내용의 드라마 '브레이크'를 방영하고 있다. '친구' '태풍'의 곽경택 감독도 비보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중이다. 군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보이 유닛의 박세준씨는 "각 사단별로 팀이 출전하는, 군인 비보이 경연 대회를 오는 10월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동아리의 결합

국내 비보이는 왜 이토록 강할까. 왜 이런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원인으로 꼽는다. 누구나 동영상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선배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고난도 동작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스트포원이 지난해 '배틀 오브 더 이어'의 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한국인의 집단성과도 연관을 짓는다. 익스프레션의 이우성씨는 "개인 기량은 외국 비보이가 더 나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린 팀웍이 뛰어나다. 한명이 나가 있을 때 주위에서 추임새를 넣고 함께 움직이는 조화를 이루는 것은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한다.

억압된 청소년 문화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작가는 "외국의 비보이는 '즐기는 문화'지만 우린 목숨 걸 듯 한다. 욕망이 억눌릴수록 반대 급부적으로 더 강렬한 자기 표현을 원하고, 이것이 '날 몸'의 비보이와 결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